'도박에 왜 빠질까?' '파국에 이를 때까지 도박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얼마 전 운동선수 출신의 유명 MC 강병규가 온라인 억대 도박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되면서 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박에 빠지고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잘 알게 되면 예방 및 대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도박의 과학에 대해 알아본다.

위험한 '파자마 도박'

'이길 확률이 거의 없다'는 도박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또 중간에 발을 빼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와 미국 네바다-라스베가스대 연구팀은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를 발표해 관심을 끈다. 연구팀은 30명의 라스베가스 도박사(10명은 온라인 도박사, 20명은 카지노 도박사)를 대상으로 도박습관과 인식을 조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집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편안하게 게임을 하는 온라인 도박사는 카지노 도박사보다 자신이 게임을 잘 제어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도박사는 카지노 도박사보다 게임에 더 오랫동안 빠져 있지만 정작 본인은 도박을 잘 제어하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설명.

이런 착각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고 점점 깊은 수령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연구다.

연구팀의 지적이다. "카지노에선 낯선 사람과 만나 스릴 넘치는 승부를 겨루고 대화도 나누는 등 일시적이나마 사회활동을 한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컴퓨터가 제공하는 익명성 속에서 도박이 일상화될 위험이 높다." 안방에서 컴퓨터만 켜면 바로 할 수 있는 온라인 도박,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 같다.

왜 헤어 나오지 못할까

과학자들은 그동안 도박 중독에 대해 '뇌의 신호전달과 관련 유전적인 질병 및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설명이 2% 부족한 느낌이다.

최근 이탈리아 피사대 연구팀은 20명(남자 15명, 여자 5명)의 도박중독자를 대상으로 신경심리학적인 실험을 실시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도박중독자는 지적, 언어적, 시공간 감각적 능력실험에서 정상인과 비슷한 능력을 보인 반면 기존 해법과 다른 새로운 해법을 찾는 데는 큰 어려움을 보였다는 것. 예를 들면 포커 카드를 숫자나 무늬로 분류하는 기존 방법 이외에 새로운 방법으로 분류하면서는 큰 어려움을 보였다는 것. 반면 정상인들은 시행착오 끝에 새로운 분류법을 찾아내는,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는 도박중독자는 문제를 푸는 뇌 영역인 전두엽 부분에서 정상인과 차이가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이런 차이가 일련의 인지적인 경직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박 중독자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나 실수(도박)에서부터 교훈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욱男·욱女는 도박 절대금지!

그럼 어떤 사람들이 도박 중독에 특히 취약할까. 피사대 연구팀은 "충동적이거나 갑자기 '욱!'하며 화를 내는 사람은 인지적 경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박을 멀리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욱녀'와 '욱남'에겐 월드컵 축구 경기나 프로야구 경기를 앞두고 직장 동료나 친구끼리 하는 내기, 경마, 스포츠 토토도 절대 금물이다. 자칫 도박 중독의 입문코스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