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이용가게임, 규제가 강화되는 것인가

지난 달 살펴봤듯이 비경품게임이라는 아케이드게임의 큰 축이 무너진 후 업계 내부에서는 크게 2가지 방향으로 산업을 전개하게 된다.

첫째는 비경품게임을 준비하며 관련 규정의 조속한 시행을 요구하는 것이고,

둘째는 전체이용가 경품게임물을 이용해 편법 운영을 한 것이다. 특히 전체이용가게임물의 편법이용은 비경품게임 관련규정의 정비가 늦어지는 것과 맞물려 아케이드게임 업계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크게 각광받았다.

2007년 8월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이런 게임물은 외관이나 내용 모두 전체이용가 경품게임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5000원 이하의 경품을 줄 수 있는 전체이용가 경품게임물의 특성을 이용, 캡슐이나 골프공 등을 경품으로 제공한 뒤 이를 환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지난 5월 한달 동안 전국의 불법 사행도박 게임장 총 54곳에 대해 경찰 합동 단속을 벌여 54종의 ‘전체이용가’ 등급 불법 아케이드게임물 1298건을 적발했다.

게임위 조동면 사후지원팀 팀장에 따르면 이런 게임물은 심의버전과 영업버전을 키조작으로 간단히 변경할 수 있게 만들어졌으며, 심의 시에는 심의버전으로 등급분류 받은 후 실제 영업장에선 영업버전으로 개변조돼 운영되고 있다.

영업버전의 경우 심의 시에 없던 자동진행 기능과 확률에 기반한 연타 기능이 추가되며, 획득한 경품은 10% 수수료를 제한 9천원 선에 환전된다는 것이 조 팀장의 설명이다. 조 팀장은 또 문제가 되는 게임들은 각종 민원이나 신고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등급분류 를 통과한 전체이용가 게임물 중 약 80여종을 사행화 가능성이 있는 게임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환전이나 개변조 등을 드러내 놓고 해 그나마 단속이 용이했지만, 현재는 게임장 인근에 스포츠용품점을 차리고 골프공을 매입하는 수법을 쓰는 등 영업방식이 점점 치밀해져 가고 있다고 게임위는 설명하고 있다.

불법환전을 단속하고 있는 경찰청의 경우도 같은 입장이다.

경찰청 하정완 경위는 전체이용가게임물의 개변조 문제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전체이용가게임물 개변조의 경우, 전문지식이 없는 경찰인력만으로는 단속에 한계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단속 시 간단하게 개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적 보완을 주장한바 있다.

불법 개변조 여부를 현장에서 단시간에 확인할 수 있는 연구방안이 필요하다는 이 같은 주장은 즉각 받아들여졌다. 게임위 특별단속반은 개·변조 프로그램을 분석해 업주들의 처벌 근거를 확보하는 한편, 이를 근거로 경찰은 게임기 운용 데이터베이스를 지워 증거인멸을 시도한 업주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15일 법무부·경찰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불법 사행성 게임 근절 대책’을 발표 자리에서 전체이용가 경품게임기를 불법 개·변조하지 못하도록 게임법시행령을 9월까지 개정해 현재 성인물 게임기에만 부착하도록 돼 있는 운영정보표시장치를 경품 게임기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게임기의 매출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불법행위가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학계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한양대 황성기 법대 부교수는 게임물의 불법이용은 등급심의나 등급분류 메커니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철저한 사후관리와 단속 및 처벌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현실적으로 사후관리에 어려움이 많아 이에 대응하려는 게임위의 의욕은 충분히 이해하나, 만약 게임물의 불법이용에 대해 게임위가 등급심의 과정에서 규제를 가한다면 이는 게임위 본연의 업무가 아닌 사행행위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 되고 또한 게임물의 사전검열에 해당돼 차후 위헌판결을 받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업계 종사자들은 정부기관의 무책임한 규제 위주 행정에 업계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컴산는 게임위에서 등급분류 받은 게임물을 정당하게 구입해 운영하는 업자들이 차후 등급분류 취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게임위의 무분별한 등급취소를 비난했다. 덧붙여 게임위의 등급심의 업무 및 사후관리 문제점을 지적하며 전문성 없는 등급심의 업무가 아케이드게임물의 사행화를 부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컴산은 이들 게임물이 게임위로부터 전체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은 정상적인 게임물로서 게임 승패의 확률을 사행화한 게임물을 수십대 이상 설치·제공하여온 영업장은 전국에 약 120여 업소이고, 이 중에서 사후관리(단속, 등급취소 등)의 영향으로 50여 업소가 폐업, 30여 업소는 휴업, 현재 약 40여 업소가 영업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컴산은 또 게임위의 법적근거 없는 아케이드게임물에 대한 과잉규제는 영세한 개발·제작사를 모두 파산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아케이드게임산업계 모든 종사자들에게 까지 생업을 포기토록 하는 근원으로 작용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컴산은 덧붙여 게임위 등급업무의 비전문성은 아케이드 게임물에 관한 변질 가능성에 대한 사전·사후 대처능력 부재와 장르별 게임성과 사행성의 명확한 구분이 어려워 임기응변 식의 과잉규제나 부실심의를 초래해 사행화 변질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신속한 사후관리의 지원이 어려워 확산 이전 차단이 불가능하고, 결국 폐단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 게임위의 권리침해형 과잉규제는 부실심의로 이어지고 사행화 확산을 유발케 하는 동기부여나 원인제공 등 근원으로 작용하여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말이다.

사실적·현실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규제는, 특정장르만을 게임 제공하는 영업장이 다양한 이용계층의 흡수소화가 가능한 다양한 게임컨텐츠 장르를 설치·제공 할 수 있는 포괄적 게임장르의 제공으로의 사업환경과 환전행위 등 영업풍토의 개선을 가로막게된다.

이는 과잉규제로 이어져 수지균형의 유지가 어려운 제공영업자는 특정장르를 선호하는 특정계층만을 대상으로 편법·탈법 제공영업을 하여서라도 수지균형을 유지 할 수 밖에 없도록 편법 및 탈법영업을 조장하게 된다.

결국 현 등급제도상의 과잉규제는 불건전한 사업환경과 영업풍토를 촉발토록 하여 게임산업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밖에 없도록 유도하고 있어 현 영업풍토의 모순된 문제점과 함께 현 등급분류업무상의 문제점은 시급히 합리적인 방향으로 병행하여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컴산은 주장한다.

한컴산 만큼 직접적이진 않지만 단계적 산업 활성화에 관한 의견은 학계에서도 주장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주정규 교수는 단계적 규제완화를 통해 아케이드게임물의 사행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 교수는 시간당 투입금액 등의 세부규정을 연간 단계적으로 완화해 아케이드게임 종사자 및 이용자들에게 단계적으로 적응시키는 한편, 이에 따른 통제기능 및 통제노하우를 습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시행 후 6개월에서 1년간은 시간당 투입금액을 1만원으로 하고, 시행 1년 후에는 2만원으로, 2년 후에는 4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식이다. 주교수는 이 같은 단계적 규제완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업계와 정부의 신뢰성회복이 선행돼야 하며, 사전에 충분한 공지를 통해 불신 풍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계적 정책 접근으로 게임개발사 및 게임장 사업자, 게임이용자(고객)의 사회적 정서와 단계적인 적응력, 통제기능 강화 및 통제노하우의 축척, 세금 환수 등으로 자연스럽게 사회제도(시스템)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 교수는 말했다.

덧붙여 업계(개발사, 사업장, 사용자(국민))와 정부(게임위 등 관련기관) 간의 신뢰성 회복(현재는 불신팽배), 인식의 전환기반 조성, 사전에 공지하므로 충분히 이해를 득하게 한 후 시행하면 지금과 같은 상호간(업계와 정부) 불신풍조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