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정보 빼돌리고 향응. 묘적부를 장묘업체에 슬쩍 넘기기. 농기계 사주고 사례비. 개발예정지 도면 복사해주는 대신 승용차. 불법 오락기 판매. 천안시 공무원들의 서슴없는 비리가 끝이 없다.

청렴결의대회를 여는 등 야단법석이지만 시민들에겐 시늉내기로 밖에 안보인다.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드러난 단체장의 레임덕(Lame duck)으로 보기에도 민망하다. 시민들은'복마전 천안'의 오명을 씻어내기위한 총체적인 자성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눈을 치켜뜨고 있다.

 천안시청 A팀장(49ㆍ6급)은 17일 자가통신망구축사업과 관련 우선협상대상업체의 입찰정보를 빼돌려 경쟁업체에 넘겨 공무상 기밀누설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A씨는 관련 사업 우선협상자인 L사의 기술제안서를 탈락한 K사 협력업체 대표에게 몰래 넘긴 혐의다. K사와 협력업체가 이 정보로 L사의 입찰 약점을 캐내 민원을 제기하자 천안시는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우선협상자를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양사 관계자들로부터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하 직원에게 압력을 넣어 천안시 등이 보유한 시립묘지 연고자 연락처인 묘적부를 장묘업체에 넘겨 영업을 돕던 B팀장(50ㆍ6급)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0일 농기계 제조업체로부터 구입 댓가로 사례비와 해외여행 경비, 향응을 받은 농업기술센터 C씨(54ㆍ6급)를 입건했다.

C씨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농기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제조업체 6곳으로부터 구매대금의 5-10%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경찰은 또 해외여행 경비를 챙기고 룸살롱에서 술 접대도 받은 사실도 밝혀냈다.

D씨(44ㆍ7급)는 부동산업자에게 백석지구 개발예정지 도면을 복사해 주고 승용차 구입비 1,800만원을 받아 지난해 11월 구속됐다.

D씨는 도면을 넘겨받은 부동산업자와 공동 매입한 땅의 차명등기문제로 시비를 벌이다 뇌물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사행성 게임에 투자하거나 불법 오락기를 직접 판매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E씨(54)는 불법 오락실 운영자금을 댄 뒤 형기를 마친 동업자에게 협박을 받고 돈을 뜯겼다. F씨는 불법 사행성 게임기를 제작·유통한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6월과 7월에는 천안시 팀장급 공무원 2명이 인쇄소 납품비리에 연루돼 연이어 처벌을 받았다.

또 G팀장(52)은 민원인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

G씨는 지난해 2월 천안시 동면사무소에서 돈을 빌려달라며 자신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70대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충북 진천군에 암매장했다.

천안시는 공무원 비리가 잇따르자 시민에게 공개사과 했다. 또 흐트러진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로 잡겠다며 공직기강확립 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청렴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비리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천안시의회 장기수 의원은 "공직사회 비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결의대회가 아니라 동료와 상관의 적극적인 의식 변화"라며"이를 실제로 뒷받침 하기 위한 내부 자정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