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불법 성인오락실 단속을 피하려던 40대남자가 오락실이 있는 빌딩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4일 오전 11시49분께 대전시 서구 월평동의 한 빌딩 6층 성인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던 신모(45)씨가 경찰의 단속을 피해 창문을 열고 빗물받이 파이프를 타고 내려가다 6층 아래로 추락한 것을 성모(46.여)씨가 발견, 경찰과 119에 신고했다.

신씨는 건물에 설치된 높이 21.8m의 빗물받이 파이프 가운데 3.8m를 타고 내려오던 중 빗물에 미끄러져 17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으며,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현장에 있던 오락실 손님들은 "신씨가 낮 12시에 약속이 있는데 오락실 업주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창문을 통해 나가려다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대전지방경찰청 상설단속반 2명과 둔산경찰서 상설단속반 3명, 게임위등급위원회 소속 위원 3명 등 8명으로 구성된 합동단속반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불법 바다이야기 프로그램을 설치한 이 오락실에 대한 단속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락실업주 김모(49)씨는 경찰의 단속에 대비해 오락실 카운터에 빌딩 승강기 운용을 조작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 놓았으며, 문을 열고 내려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신씨의 요구를 무시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단속에 나섰던 한 경찰은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아 6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으며, 오락실 입구가 3중 강철문으로 돼 있었다"며 "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쿵' 소리가 들려 확인해 보니 신씨가 추락해 1층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관계자는 "오락실 건물 주변의 도주로 등을 확인한 바로는 특별한 도주로가 없어 건물에 진입한 것"이라며 "바로 옆 건물과의 사이가 너무 좁아 그쪽에 창문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오락실 손님이 단속을 피해 빗물받이를 타고 내려가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업주와 종업원, 손님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