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사냥 시스템 이어, 이용약관서 현금거래 인정
게임위, “심의 거부할 법적 근거 부족”

금기시 돼 왔던 자동사냥 시스템에 이어 현금거래를 인정하는 게임이 게임물등급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관련 업계와 시민단체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말부터 2009년 중반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는 자동사냥, 일명 ‘오토’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자사의 게임인 ‘아이온’과 ‘리니지’ 시리즈의 오토 사용자들을 대규모로 제재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타 게임사들도 오토프로그램 사용금지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유저들에게 정상적인 게임 이용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역시 ‘그린게임 캠페인’에 불법 프로그램 사용금지 조항을 넣으며 게임 내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힘썼다.

이런 분위기는 2009년 3월 이야소프트가 ‘무림외전’ 게임 내에 오토 기능을 지닌 ‘청신부’라는 현금아이템을 판매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많은 유저들은 게임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며 오토사냥프로그램 판매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였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08년 12월 열린 ‘게임산업진흥 제2차 중장기 계획 발표 및 간담회’ 자리에서 자동사냥프로그램 사용을 법적으로 제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제는 일부 게임에서 자동사냥프로그램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바쁜 샐러리맨과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엔젤러브 온라인’(이야소프트), ‘주선 온라인’(CJ인터넷), ‘황제 온라인’(IMI) 등이 여러 논란 속에서도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이제는 게임 내 오토프로그램 시스템 도입이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며, 롤플레잉 게임의 편의시스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역시 더 이상 게임 콘텐츠로서의 오토 시스템은 심의 거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IMI(구 아이템매니아)가 중국 게임인 ‘황제 온라인’ 게임 이용 약관에 현금거래를 인정한다는 조항을 넣으면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현행법상 유저 간의 현금 거래를 금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현금거래는 게임의 사행성 문제와 맞물리며 ‘대놓고 해서는 안되는 일’로 간주돼 왔기 때문이다. 아이템매니아, 아이템베이와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아이템 거래액이 1조원대를 훌쩍 넘었지만, 게임 이용약관에서만큼은 아이템 현금 거래는 불법이었으며, 이용제재 대상이었다.

IMI 입장은 바로 이런 ‘앞뒤가 안맞는 상황’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유저 간에 일어나는 아이템 및 게임머니의 현금거래는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인정하겠다는 논리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역시 오랜 검토 끝에 지난 2일 황제 온라인의 심의를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통과시켜주면서 IMI의 논리를 받아들인 셈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