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 모두 113건의 온라인게임을 사행성으로 적발했다. 지난해 27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불법행위가 적발돼 등급 취소된 온라인게임이 지난해는 한건도 없었는데 올해는 20여건이다. 2006년 바다이야기 때는 오락실에서 성행했지만, 지금은 가정이나 피시방을 중심으로 은밀히 퍼지고 있다. 일반 온라인게임처럼 서비스되기 때문에 단속도 힘들다. 처음엔 정상적인 온라인게임으로 심의를 받은 후 게임을 개조해 사행성게임으로 둔갑시킨다. 심의받은 게임이란 점을 내세워 피시방 업주에게 영업을 제안하기도 한다. 낚시나 슈팅 등 확률형 게임을 조작해 도박게임으로 개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피시방 주인은 “몇몇 손님들이 새벽에 와서 게임을 설치한 뒤 즐기던데 알고 보니 판돈이 오고가는 사행성 게임이었다”고 말했다. 이용자에게 휴대폰 문자나 메일을 보내 사행성 게임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하는 수법도 있다. 게임위는 “일반 게임처럼 속여 심의를 받은 뒤 이를 개조해 사행성 영업을 하는 사례가 있다”며 “사행성을 발견하는 즉시 심의를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위는 사행성이 의심되는 게임들을 재심의해 ‘용궁판타지’, ‘오션다이버’, ‘바다왕’ 등에 등급결정취소 처분을 내렸다.

정상적인 게임을 도박게임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인 ‘던전앤파이터’도 이에 활용되고 있다. 게임에서 나오는 ‘항아리’를 클릭하면 일정 확률로 다른 아이템이 나오는 방식을 이용해 도박처럼 즐기고 있다(사진). 항아리에서 나올 아이템을 미리 예측하고, 도박을 진행하는 딜러에게 게임머니를 건넨 후 맞히면 건 돈의 몇 배를 버는 방식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인터넷 방송으로 항아리 도박을 중계하는 등 게임 내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고 게임회사가 제재에 나섰다.

성인게임 ‘세븐소울즈’는 게임에 ‘잭팟시스템’을 도입해 사행성 시비에 휘말렸다. 이용자가 게임머니를 걸고 룰렛을 돌리면 아이템이 나온다. 이 가운데는 현금가치가 수십만원 넘는 아이템도 있다. 중국 게임 ‘황제온라인’은 국내 게임에서 금지했던 아이템 현금거래를 처음으로 인정해 논란을 빚었다. ‘황제온라인’은 과몰입과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게임위로부터 ‘등급거부’ 판정을 받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가 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바다이야기 이후 단속을 피해 피시방이나 가정으로 파고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