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10년전 100곳
현재 21곳만 영업중
옛 게임은 볼수없어

▲ 10일 팔달구의 한 오락실이 찾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100원만”을 외치며 친구들과 추억을 쌓아가던 동네 오락실이 인터넷과 첨단 게임 산업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있다.

10일 수원역 인근 S오락실. 게임기 중 절반은 전원조차 꺼져 있고 텅빈 간이 노래방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는 고작 3~4명의 학생들만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마저도 월등한 그래픽을 앞세운 신형 오락기 앞에서만 서성일 뿐 동전을 쌓아 놓고 동그란 버튼을 누르던 예전의 추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성현(17)군은 “오락실에 와도 할 수 있는 게임이 한두 가지밖에 안 돼서 금방 질린다”며 “오는 친구들도 근처에 왔다가 시간 때우러 잠깐 들르는 것 일뿐 게임을 하려면 피씨방으로 간다”고 전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나 대형 쇼핑센터에 입점해 있는 오락실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관 옆에 위치한 한 게임센터는 얼마전 구식 게임기를 처분하고 영업장 면적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 옷가게에 내주게 됐다. 워낙 손님이 없는데다 미관상 좋지 않은 게임기를 그대로 방치해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센터 관계자는 “주말에야 사람들이 조금씩이라도 찾지 평일은 거의 손님이 없다”며 “구식 게임기들은 고장이 나면 부품 수급도 되지 않아 오히려 골칫덩어리”라고 말했다.

수원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원시내에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아케이드 오락실은 고작 21곳. 업계 관계자들은 10여년 전만 해도 100여곳에서 성황을 이뤘다고 전했다.

남아있는 오락실들도 대부분 값비싼 신형 게임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오래전 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버블버블’이나 ‘겔러그’같은 게임기가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때 ‘DDR’과 ‘PUMP’ 등이 인기를 끌면서 잠시 위용을 되찾는가 싶었던 오락실들은 이제 시내 구석구석에 파고든 수백여곳에 달하는 피씨방에 밀려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20여년 전부터 수원에 오락실을 찾아다니며 아케이드 게임을 즐겼다는 이모(31·우만동)씨는 추억을 회상하며 가끔 예전에 출근 도장을 찍던 오락실을 찾곤 하지만 그때마다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씨는 “오래전부터 다니던 오락실들이 피씨방으로 대체되거나 성인오락실로 변질됐다가 폐업하는 모습을 여러번 목격했다”며 “친구들과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오락실이 건물까지 통째로 없어진 장면을 봤을 때는 내 추억까지 헐어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